공생없는 삼림보존, 누구를 위한 것인가?

공생없는 삼림보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청원닷컴 / 청원닷컴 편집인

 


 

공생없는 삼림보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범죄자 취급 당하는 콩고의 바카종족

 

원주민과 교감 없는 일방적 정책이 낳은 부작용

 


 

 

생태환경의 보존은 당연히 소중한 가치이다. 하지만 보존 당위성이라는 명분만으로 실행에 옮겨질 때, 부작용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부작용을 넘어 비간인적인 상황까지 연출될 수도 있다. 잘 준비되지 않은 국제단체나 NGO등의 환경보존 정책이 오히려 현실의 인류에게 돌이킬 수 없는 희생을 강요하기도 한다. 콩고 바카족의 얘기는 그 중 하나다.

 

아프리카 콩고의 북쪽 지역에는 아직까지 생물 다양성이 잘 보존되고 있는 한 지역이 있다. 야생상태의 코끼리, 침팬지, 고릴라 등이 원만하게 유지되고 있는 지역인만큼 생태환경적인 가치가 높은 곳이다. 바로 메소크 드자(Messok Dja) 지역이다.

 

2017년 이곳 1,456평방 킬로미터 지역을 대상으로 다양성 보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트라이덤 투(Tridom II) 프로젝트로 명명된 이 사업은 모두 2140만달러의 비용을 예산으로 하는 보존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는 세계자연기금(WWF), 유엔개발계획(UNDP), 유럽공동체위원회(European Commission), 지구환경기금(Global Environment Facility)과 같은 국제기구, 미국정부와 콩고정부, 심지어는 벌목및 팜 오일 대기업까지 대거 참여하고 있다. 몇몇 관련 NGO들 역시 프로젝트에 개입되어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WWF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10여년 동안 이 지역의 보존지역 지정을 위해 주력해왔는데, 이곳을 보존지역으로 지정함으로써 야생관련 범죄를 대폭 줄이고 이웃한 카메룬 국립공원과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2017년 보존지역으로 지정되면서 현지 원주민들의 삶은 갑자기 피폐해지기 시작했다. 보존정책에 따라 현지 원주민들의 생활 하나하나는 불법과 연루되기 시작했다. 수천년동안 이어져 오던 동물사냥은 이제 범죄가 됐다. 덫을 놓고 동물을 잡는 일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 돼버렸다.

 

여기에 생태환경 파괴를 감시하기 위한 에코가드(Ecoguard=생태환경 감시인)들이 합세했다. 말이 생태환경 파괴 감시였지, 실제 역할은 원주민들에 대한 감시였다. 감시는 이내 억압과 불법행위로 이어졌다.

 

메소크 드자 지역 에코가드의 모습

 

에코가드들의 기본적인 인식은 원주민들이 범죄자라는 관점에서 시작했다. 원주민들은 일상적으로 범죄자 취급을 당했다. 불법감금과 재산에 대한 방화, 파괴, 식량징발등이 다반사로 행해졌고 숲에서 즉석 추방당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숲이 삶의 터전인 원주민에게는 사형선고와도 같은 얘기다.

 

이 정도를 넘어 옷벗기기, 서로 때리도록 시키기 등과 같은 비 인간적인 행태가 자행됐다. 감금을 하면서 고문및 강간등이 발생했다. 한 미망인은 자신의 남편이 WWF 마크가 있는 차량을 타고 구금됐으며 구금에서 풀려난 후 곧 사망했다고 진술했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2018년 바카족이 UNDP에 서한을 보내면서 처음 알려졌다. 바카족들은 서한에서 에코가드들이 자신들을 숲에 가지 못하게 하고, 캠프를 만들면 태워버린다고 호소했다. 아이들은 죽고 여위어 가며 약품 또한 부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WWF에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냥 숲으로 가지 말하는 말만 들었다며 자신들의 어려움을 쏟아냈다.

 

그 후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버즈피드가 이와 관련한 탐사보도를 내놓기도 하고, 영국의 BBC 방송이 이를 인용해 보도하는 일이 있기는 했어도, 이는 이내 잊혀지는 듯 했다. 다행히 UNDP측은 이 서한을 무시하지 않고 조사를 시작했다.

 

16UNDP 측은 마침내 조사결과를 보고서 형식으로 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폭력과 위협이 바카 공동체에 상처와 고통을 주었으며 이들이 관습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사회적 소외와 가난을 가속화했다는 것이었다. 잘못을 시인한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원주민들은 꿀을 얻기 위해 숲에도 갈 수 없는 지경이다. 에코가드들이 무서워 덫을 놓지 못하고 있고 잡히면 구타를 당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들의 기본적인 생활내지는 생계를 위한 활동이 심각하게 저해되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이 프로젝트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WWF측은 에코가드에 대한 훈련비용과 임금은 콩고정부와 WWF의 협동기구인 트라이덤 인터존 프로젝트(Tridom Interzone Project = ETIC)에서 지급하고 있고 고용 또한 콩고 정부가 담당하고 있다면서 자신들의 책임을 상당부분 회피하고 있는 모양새다.

 

콩코 WWF 지부의 한 관계자는 원주민을 학대했다는 증거는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부의 사안일 뿐이라면서 제복을 입고 총을 든 일부 에코가드들이 자신들에게 학대면허가 주어진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근본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에코가드들의 개별적인 일탈로 화살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에서 UNDP는 기본적인 인권정책내지는 기준조차도 제시하지 않았다. 가장 일차적인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정책의 시행 과정에서 원주민들의 입장은 철저히 무시된 점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원주민들은 이 지역이 보존지역으로 지정된다는 사실조차 거의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제기구와 단체, 몇몇 NGO 들의 구상에 의한 일방적인 보존정책이었던 셈이다.

 

이와관련, 국제 NGO 그룹인 포리스트 피플즈 프로그램(Forest Peoples Programme)측은 “WWF가 플랜을 계획하고 7년이 지나서야 바카족과 상의했다면서 이는 정부내지는 심지어 벌목회사와 논의한 때부터도 한참 나중이라고 WWF측을 비난했다. 늦고 불완전한 정보제공이 불행의 씨앗이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팜오일과 벌목회사들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의 기본적인 입장은 삼림의 보존보다는 삼림으로부터의 이익을 취하는 것인데, 제대로 된 보존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겠냐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이 다른 콩고지역에 대한 여타 정책들과 유사하다면서 분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즉 애초부터 원주민들을 보존 프로그램 과정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단순히 위협적이 존재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례는 그동안 있었던 삼림보존 모델의 결과가 아프리카 사람들의 생활과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증거라면서 보존 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회의감을 보이는 견해들도 있다. 보존 NGO및 벌목, 팜오일, 여행사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바카 원주민의 영역을 침탈한 사례이며 원주민들에 대한 존중과 인권존중이라는 UN의 정책내지는 규정이 애초부터 무시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WWF측은 메소크 드자 삼림 보존이 매우 중요하기는 하지만 원주민, 그들의 공동체, 전통, 생활양식을 댓가로 할 수는 없는 일이며 그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는 했다.

 

그럼에도 원주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실행되는 보존정책이 궁극적으로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사람들의 삶을 파괴해도 좋을 만한 것인지, 이 사례가 암시해주는 바는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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