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한 수, 지소미아 종료연장

신의 한 수, 지소미아 종료연장

청원닷컴 / 청원닷컴 편집인

 


 

신의 한 수, 지소미아 종료연장

 


 

명분 챙기고, 압박 가하고

 

판은 깨뜨리지 않고

 


 

청와대가 22일 한일간 군가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종료를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세계무역기구(WTO)에 대한 잠정적인 제소 중단을 결정했다.

 

예상치 못했던 청와대의 이런 결정은, 두가지 상황 중의 하나로 분석된다. 일본측과의 물밑 교감이 있었거나 그렇지 않다면 청와대가 노련한 외교전술을 구사한 것.

 

첫 번째 가능성은 일본측과의 물밑 교감 가능성이다. 종료시간이 다가오면서 일본측은 막판에 매우 초조한 행보를 계속해 왔다는 것이 이런 분석의 밑바탕이다. 21일 아침 일본측은 자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하면서 표면상으로는 한국측의 현명한 대응을 요구한다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같은 날 고도 다로 방위상과 야마자키 고지 통합막료상, 심지어는 이임을 앞두고 있는 나가미네 야스마다 주한 일본대사에 이르기까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목소리를 내놓으면서 한국측을 압박했다.

 

표면상으로는 일본측이 목소리를 높였지만 당일 일본측 NSC는 오히려 무엇인가를 확정하는 자리였을 개연성이 높다. 그것이 무엇이든 한국측에 최소한 암묵적으로나마 그 내용이 전달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뿐만 아니라 WTO 제소까지 잠정 중단한 것은 그것이 받아들이기에 충분했던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 정부가 1231일까지 시한부 종료연장을 한 것은 일본측에 퇴로를 열어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종료 마감을 앞두고 일본정부가 마치 굴복하듯이 무역규제를 푸는 모습은 국가간 관계에서 생각하기 쉽지 않다. 일본정부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우리 정부가 실익을 챙기는 패턴으로 일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일본측은 곧 무역규제를 푸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와 관련, 협상 파트너가 국장급으로 내려온 것이 바로 그 단서이다. 국장국 협상이라면, 이는 거의 실무자급 협상과 다름 없다. 정치적 협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돌려 말하면 정치적 협상이 이미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물밑 교감이 없었던 경우라면 어떨까? 이것이야말로 이번 우리 정부의 조치가 신의 한수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예정대로 230시를 기해 바로 종료를 해버리는 경우, 그동안 연장을 요구해왔던 미국측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다. 미국측이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낼 수도 있다. 특히 한미간 주한미군 유지비용 문제를 놓고 옥신각신 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자칫 미국측의 불편한 감정이 어떤 식으로 불똥을 튀게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번 종료연장 조치의 첫 번째 실익이다.

 

이번 결정으로 우리 정부는 명분을 챙기면서 일본측에 대한 압박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일단 카드를 써버리게 되면, 다른 카드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럴 필요 없이 갖고 있는 카드를 그대로 살리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판을 깨지 않으면서 우리 정부는 언제든 다시 꺼내들 수 있는 카드를 갖고 있게 됐다. 두 번째 실익이다.

 

일본의 무역규제와 지소미아 카드를 맞바꾸게 되는 경우 이번 일본측의 무역도발과 관련한 총체적 평가서는 일본측의 패배가 확실하다. 강제징용 희생자 재판을 놓고 시작했던 일본측의 경제도발이 재판결과가 아닌 지소미아 종료문제와 얽혔다가 해소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소미아와 관련, 초조한 패를 다 드러낸 일본으로서는 지소미아 종료를 기정사실화하여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다.

 

결국 이번 우리 정부의 종료연장 결정은 일본측에 압박을 가하면서 명분까지 챙기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언론으로서는 자국의 무역규제 방침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 주장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지금의 상태를 계속 고집하고, 이것이 실제 지소미아 종료결정으로 이어지게 될 경우 일본정부가 받는 부담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12월 말까지 시한을 준 것은 우리 정부가 일본측에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는데 필요한 시한을 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폭탄을 안에 숨긴 공은 이로써 일본 측에 넘어갔고, 이를 처리해야 하는 것은 이제 일본측의 몫이 됐다. 우리 정부가 영리한 외교술을 전개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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