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드 대통령 6선 당선 하룻만에 사망, 도대체 무슨 일이?

차드 대통령 6선 당선 하룻만에 사망, 도대체 무슨 일이?

조광태 / 전임기자

아프리카 차드의 현직 대통령이 6선에 도전해 당선됐다가, 당선 다음날 사망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20일 차드의 군 대변인인 아젬 베르만도아 아구나(Azem Bermandoa Agouna) 장군은 이드리스 데비 이트노(Idriss Déby Itno) 차드 대통령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1일 시작됐던 대통령 선거에서 6선 재선이 확정된 19일 후 하루 만의 일이다.

 

사망과 더불어 그의 아들 무하마트 이드리스 데비 이트노(Muhamat Idriss Déby Itno)가 이끄는 군사위원회가 당분간 정권을 인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15명의 군인들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14일간의 애도기간을 거쳐 향후 18개월 동안 국가 권력을 장악하게 된다. 위원회는 그 기간 동안 자유롭고 투명한 선거를 거쳐 권력을 이양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상태다.

 

선거 기간 중의 이드리스 데비 이트노 차드 대통령, 그는 당선이 확정된 19일 다음 날 사망했다. 

 

여러가지 면에서 차드는 양면성을 갖고 있는 나라다. 인근 국가들에 비해 막강한 군사력을 자랑하는가 하면 국민들은 가난에서 허덕이고 있는 나라다. 한 대통령이 6선에 이를 만큼 독재가 지속되고 있지만 프랑스등 서방국가의 지지를 받고 있는 나라다. 지하드와 보코하람 등의 특정 이슬람 세력과 끊임없이 대립상태를 계속하면서, 한편으로는 내란에 시달리고 있는 나라다.

 

사망한 이드리스 데비 대통령은 특히 프랑스와 밀월관계를 지속해왔다. 지난 2008년 아프리카 지역 저항군 연합(Union of Resistance Forces, UFR)의 지원을 받은 차드 정권교체 협약전선(Front for Alternation and Concord of Chad, FACT = Front pour l'alternance et la concorde au Tchad) 군이 수도인 은자메나(N'Djamena)에 진입 직전까지 갔으나 프랑스의 개입으로 실패한 적이 있었다. 2019년에는 자국의 갈릭 미라쥐(Gallic Mirage) 2000 기종까지 동원해 UFR를 폭격한 바도 있다.

 

프랑스가 데비 전 대통령을 전폭 지지했던 데에는 주로 사헬(Sahel, 아프리카 사막주변 사바나 지역) 지역에 근거를 두고 있는 지하드에 대한 공격 때문이다. 프랑스는 지난 2014년 이후 약 5천여명의 병력을 사헬지역에 배치하고 있는데 차드의 수도 은자메나가 주요 기지 소재지로 활용되고 있다. 나이지리아, 말리, 부르키나파소 등의 국가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지하드를 공격대상으로 하고 있다.

 

차드는 사헬 지역에서 지하드 세력및 테러 단체에 대해 적극적인 군사적 행동을 취하고 있다. 이 지역 5개국간의 협약이랄 수 있는 G-5 Sahel 에 따라 나이지리아 서부에 병력을 배치한 것을 비롯, 말리의 UN 활동에도 참여하는 등 파병과 군사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것이 한편으로는 차드의 국방에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보코하람(Boko Haram)및 서 아프리카 이슬람국가(Islamic State of West Africa, ISWA) 등으로부터 끊임없이 공격을 받아오고 있고, 특히 수도 은자메나가 불안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2015년에는 외부세력의 은자메나 공격으로 군인과 경찰 등 28명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드리스 데비 대통령의 이같은 군사적 방침은 서방국가와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케 하고, 특히 프랑스와의 지원을 받는데 크게 기여해 6선에 이르는 장기집권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반면 끊이지 않는 내란의 주요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외부와의 전투 과정에서 차드 군은 탱크, 비행기, 헬기 등을 갖춘 이 지역 최강의 군사강국이다. 주로 중국기업들로부터 받은 석유사업 관련 자금들이 군사력을 갖추는데 도움이 되어 왔다.

 

하지만 군을 우선시하는 정책적 방향으로 인해 민간인들의 어려움과 불만은 계속 누적되어오고 있는 상태다. 1,600만명 인구 중 60%가 하루 1달러 미만의 금액으로 살아가고 있다. 영양실조, 조기결혼, 폭력 등으로 수만명의 아이들이 일상생활에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유니세프 측은 설명하고 있다.

 

군인들 또한 우월한 대우를 받다 보니 민간인들을 무시하거나 과도한 무력을 행사하는 일들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는 재판에 근거하지 않는 민간인 처형 등도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달 초 군인이 민간 여성 두 명과 11세 소녀를 강간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드리스 데비 대통령의 연임에는 사실상 자유롭지 못한 선거분위기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모두 9명의 야당인사가 출마했으나 이 중 가장 유력한 인사 셋은 중도에 경선을 포기했다. 나머지 6명은 허울 뿐인 입후보였다. 어떤 식으로든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원래 차드는 1960년부터 내전이 지속되어 왔다. 여기에 이같은 정치적 상황이 맞물리면서 반란군의 공격은 시시 각각으로 발생하고 있다. 주로 서부 지역과 북부 지역에서 반란군과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 당일에는 리비아 남부에 주둔해 있던 FACT 군이 카넴(Kanem) 지역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전투 과정에서 차드 정부측은 반란군 300명 이상을 사살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투과정에서 이드리스 데비 대통령이 사망했다.

 

평소에도 이드리스 데비 대통령은 전투 현장에서 직접 지휘를 하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8년 2월에는 수도에서 80킬로미터 떨어진 마사구엣(Massaguet) 전투에 참여했다가 하마터면 사망할 뻔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투에서는 대통령 당선 확정일인 19일 부상을 당한 뒤 하루 만인 20일 사망했다.

 

이드리스 데비 대통령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차드의 앞날은 매우 불투명한 상태다. 오랜 장기 집권 후의 권력공백을 어떤 식으로 메워 나가게 될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내적인 권력 갈등과 내란 상태, 주변 세력과의 관계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볼 때 자칫 급격한 혼란에 빠지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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