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카타르에서의 노동자 사망, 이 둘의 함수관계는?

월드컵, 카타르에서의 노동자 사망, 이 둘의 함수관계는?

조광태 / 전임기자

카타르에서 노동자들의 사망자 수는 최근 10여년 동안 유난히 높다. 한 편에서는 오는 2022년 월드컵을 앞두고 카타르가 무리한 공사를 지속하는데 따른 휴유증으로 진단하고 있고, 다른 한 쪽에서는 작업 노동자들의 사망 수치가 특별히 높은 것은 아니며, 전체적으로 크게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1인당 GDP 세계 9위의 부자나라 카타르

 

카타르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매우 높은 나라다. 2020년 IMF가 발표한 카타르의 1인당 GDP는 5만2,751 달러로 세계 9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3위의 천연가스및 오일 매장량을 자랑하고 있는 국가다.

 

특이한 것은 이 나라의 인구 구성비이다. 인구는 300만이 조금 안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중 카타르 국적을 가진 국민은 지난 2019년 8월 15일 기준 33만3천명으로 전체 인구의 10.5% 정도에 머물고 있다. 나머지 90% 가까이가 외국 국적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집트(9.35%), 필리핀(7.35%), 파키스탄(4.7%)의 순이다.

 

2020년 12월, 카타르는 2022년 월드컵 개최지로 결정됐다. 이 결정과, 카타르의 특이한 인구구성비라는 두개의 요인이 결합하면서 카타르는 높은 노동자 사망 국가라는 오명을 갖게 됐다.

 

2015년 영국의 BBC 방송은 국제 노동조합연맹(International Trade Union Confederation, ITUC)의 자료를 인용, 월드컵 개최 결정 이후 2013년 말까지 카타르에서 노동자들의 사망자수는 1,200여명에 달한다는 주장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워싱턴 포스트는 같은 기간 동안 카타르를 포함한 몇몇 주요국의 노동자 사망 수치를 그래픽 형식으로 보도한 바 있다. BBC는 보도에 이 그래픽을 인용했다.

 

하지만 당시 1,200여명 사망설은 수치를 확증하기 어려운 몇가지 요소들을 갖고 있었다. 가령 당시 사망자 수치는 노동과 전혀 관계 없는 사망자의 수치를 포함했던 것으로 판단됐다.

 

10년간 사망 노동자 6,500명 이상

 

최근 영국의 더 가디언(theguardian)지는 좀 더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았다. 2020년 11월 말까지 6,500여명 이상이다. 지난 2013년 말까지의 수치보다 대폭 늘어난 것으로 그 기간이 10년임을 감안하면 연간 650여명, 그러니까 한 달에 50명 이상씩 사망했다는 애기가 된다. 당연 정상적인 수치는 아니다.

 

카타르 전체 국민 중 코비드로 인한 사망자수는 극히 미비한 상태다. 현재까지 약 250여명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점을 감안하면 더 가디언이 제시하고 있는 사망자 수는 더 더욱 정상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

 

이번 더 가디언이 내 놓은 수치는 2015년 BBC 보도에 비해 좀 더 구체적인 근거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카타르에 주재하는 각국 대사관 등의 자료를 근거로 했다. 인도와 네팔 스리랑카의 데이터는 이 기간 동안 5,927명이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고 카타르 주재 파키스탄 대사관의 수치로는 824명에 달하고 있다. 이 밖에 필리핀, 캐냐 등의 노동자들도 다수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더 가디언측은 이같이 높은 사망자 수치 이면에는 월드컵 개최에 따른 무리한 대규모 공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카타르에서는 지난 2022년 이후 비행장, 도로, 호텔, 대중교통시스템, 신도시 등 월드컵 관련 대규모 공사가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 경기장으로 사용되기 위해 건설될 알 자놉 스타디움, 이 스타디움은 월드컵 기간 중 4만여명의 관중을 수용하고, 경기 이후에는 2만명 수용을 수용한다는 계획하에 건설됐다. [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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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공사가 이루어지면서 해외 노동자들의 수가 급증하고 있고, 그 수치는 200만 이상에 달하고 있다. 이는 카타르의 국적별 인구구성비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하지만 이들 노동자들에 대한 카타르의 보호조치는 미흡한 것으로 더 가이언측은 보고 있다.

 

실제로 카타르측은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출신 사망노동자의 69%를 자연사로 분류하고 있다. 인도 출신 노동자에 대해서는 80%까지 자연사로 분류하고 있다. 물론 그 수치의 신빙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사망 노동자에 대한 부검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들이 많아 의문이 더 커지고 있다.

 

다양한 사망원인

 

물론 사망 원인이 다양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자살로 인한 사망도 상당 수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월드컵 스타디움 건설 노동자로 입국했던 네팔 출신의 한 노동자가 입국 일주일만에 자살을 한 경우도 있었다. 노동자 모하마드 샤히드 미아(Mohammad Shahid Mia)씨는 감전으로 사망한 사례이다.

 

노동자들의 사망원인은 추락으로 인한 사망, 자살로 인한 질식사, 호흡정시, 심정지 등 매우 다양한데 시신이 부패하는 등의 이유로 정확한 원인규명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인도 출신의 43세 노동자 마드후 볼라팔리(Madhu Bollapally)씨는 기숙사 바닥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는데, 카타르는 이를 자연사로 처리했다. 다른 한 쪽에서는 이를 이해할 수 없는 사망원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2019년에는 폭염이 사망의 주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한낮의 더위를 피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작업을 시작하곤 했는데, 이것이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의 피로를 누적시켜 사망자 수를 증대시키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외견상 자연사이기는 하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사망이 증가함에 따라 지난 2014년에는 카타르 정부 산하의 변호사들이 모든 급사 사망에 대해 부검을 실시하자는 법률 수정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카타르 정부는 이를 모른체 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타르 정부는 문제 없다는 입장 

 

2015년 BBC의 보도시점이나 지금이나 카타르 정부의 입장은 일관적이다.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사망자수는 전체 노동인력 대비 적합한 수치이고, 카타르 내에서 육체노동자 뿐 아니라 정신노동자의 노동력 대비 사망자 비율은 비슷한 수치라는 것이다. 특별히 육체노동자의 사망률이 높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자국 국민들 뿐만 아니라 외국 국적인들까지 자국의 1급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가 이미 갖추어져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분야 의료개혁 덕택으로 외국인 사망자 비율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방관적인 자체를 취하고 있는 것은 카타르 뿐만 아니다. 사실상 자국 국민들의 생사에 관한 문제임에도, 카타르 주재 각국 대사관과 정부들은 자국 노동자 사망자 수에 대한 데이터 공유를 꺼리고 있다. 다분히 정치적인 이유에서다. 이들 국가와 카타르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데이터에도 차이가 있다. 통일된 데이터 양식조차 존재하지 않고, 심지어 노트에 수기로 작성한 자료에만 의존하는 경우도 있다.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 또한 진상파악에 미온적인 모습이다. 자신들은 사건조사를 잘 하고 있으며 투명성이 있다는 의례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심지어 다른 주요 건설 프로젝트에 비해 사망사고율은 낮은 편이라는 설명을 하고 있다.

 

ITUC가 열악한 노동조건을 폭로

 

ITUC의 주장은 사뭇 다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카타르의 노동자 사망 수는 확연히 높으며 이는 주로 이들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조건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령 사망요인 중 심장마비가 많은 것은 현지의 높은 기온이 주 요인이지만, 카타르 정부가 이를 자연사로 취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사망자 수는 8월에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카타르의 여름 기온이 심할 때에는 섭씨 50도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개연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지난 2014년 ITUC는 자신들의 카타르 노동현장 방문조사에서 경기장 내 숙소가 부족해 많은 노동자들이 관람석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면서, 노동조건의 열악함을 폭로하기도 했다. 당시 ITUC는 노동자들이 하루 12시간씩 일하거나 점심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음을 지적하면서, 그럼에도 ‘카팔라 체제’라는 중동지역 고유의 노동계약 시스템으로 인해 쉽게 직업을 바꿀 수도, 그만둘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때로는 임금체불에도 제대로 항의하지 못하는 등 극히 열악한 작업환경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FIFA는 관여불가 원칙론만

 

ITUC는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 축구연맹(FIFA)측에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달라고 제안했지만, FIFA측은 자신들의 단체 성격상 카타르 입법에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1인당 GDP 세계 9위의 부자나라 카타르,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 자하 하디드(Zaha Hadid) 씨의 설계 작품으로써 세계적 스타디움이 될 알 와크라흐(Al Wakrah)의 알 자놉(Al Janoub) 스타디움, 반면 2014년 월 50여만원(최대 약 466달러 추정)의 급여를 받으면서 노예취급 당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세상사에 모순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지사라지만 이 또한 심각한 모순 중 하나라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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