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은 서점을 지난다[전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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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은 서점을 지난다[전남진]

청원닷컴 / 청원닷컴 편집인

 

퇴근길은 서점을 지난다    전남진

 

운이 나를 비껴갔다고 노을 등진 가로수가 말했다

한 번도 뜻대로 피어본 적이 없었다고

화분에 향기를 묶인 꽃, 잎을 흔들며 바람을 붙잡는다

 

퇴근길, 나는 나무에게 묻는다. 얼마동안 거기서 쓸쓸했는가

뿌리를 털며 몸을 붙잡는 땅을 박차고 나와

처음 그 나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가

그러나 질문은 항상 몸 속에 박혀 나오지 못했고

그때마다 때묻은 길들이 신발 밑을 지나갔다

서점으로 들어가는 오래된 습관에게 나무가 되물었다

넌 지금 어디로 가는 것이냐

 

진열대에 누워 있는 변명들을 나는 또 얼마나 많이 읽었던가

늦도록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구두처럼

자꾸만 누추해지려는 미래를 위해 얼마나 많은 구실의 책을 읽었던가

 

한권의 변명과

한권의 위로와

한권의 쓸쓸함

보다 만 책갈피를 접듯 오늘을 굽히며 나는 집으로 접힐 것이다

내일 반드시 펼쳐볼 것처럼...

 

언제쯤 나는 저 서적들의 침묵처럼 고요하게 저항할 수 있을까

 

 


 

시 : 전남진(시인)

 

낭독 : 김현

 


 

 시인 전남진 님의 허락을 받아 낭독과 게재가 이루어졌습니다. 전남진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시의 낭송에 사용된 배경음악은 브금대통령[Bgm President]의 음원을 사용하였습니다. 음원사용을 허락해주신 '브금대통령'께 감사드립니다. '브금 대통령'의 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Music provided by 브금대통령 Track : 사실, 로우파이 음악은 아무때나 틀어놔도 돼 - https://youtu.be/qeWq4nDp2x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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