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을 읽기 어려운 분께서는 위의 유투브에서 귀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먼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이번 테러로 인한 상처와 휴유증으로부터 빨리 회복하기를 기원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 하여 어느 누구에게나 테러를 가하는 행위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며, 두 번 다시 반복되어서도 안될 일이다. 가해자는 법이 정한 바에 따라 정당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이번 테러와 관련,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행태는 어느 편을 막론하고 없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정확하지 않은 사실에 근거하여 떠도는 음모론적인 주장이나 추정 역시 경계해야 할 일이다. 이럴 때에는 분명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이치에 맞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재명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구급헬기를 이용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응급상황이면 서울대병원으로 옮길 시간이 없었을 것이고, 헬기를 타고 서울대 병원으로 옮겼다면, 응급상황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의료인이 있었다.

일단 이 말은 납득이 된다. 하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자신이 치료병원을 선택하고 싶은 그 마음도 이해가 된다. 가족들이 그렇게 원했고, 일단 이재명 대표의 거주지로부터 부산은 멀고 서울은 가깝다. 한편으로는 부산대병원보다는 서울대병원을 더 신뢰했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개인으로서의 환자 이재명에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정치인 이재명, 그것도 현재 거대야당의 대표이자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였던 정치인 이재명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과연 대통령을 하겠다고 국민앞에 나섰던 바로 그 이재명 대표 측에서 나온 결정이 맞나 싶을 정도다.

한참을 기다려도 국민을 안심시키는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서울대병원으로의 전원은, 본인으로서는 그게 더 안심이 되었거나 편리했을지 모르지만, 지방 병원의 의료인들이 평소 느끼던 지역적 소외감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켜준 셈이다. 본인의 결정이었든, 민주당 관계자들의 결정이었든 이 결정은 개인과 정치인의 차이를 망각한 결정에 가까웠다.

내놓으라 하는 정치인조차 지방 의료시설을 피해 서울로 전원을 하는 마당에, 국민 어느 누구가 지방대 병원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냐는 자조의 소리가 벌써부터 들린다. 민주당은 앞으로 지방균형 발전은 입에 담지도 말라는 볼맨 소리들도 나오고 있다.

헬기를 타고 전원까지 해야 할 상황이었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뒷얘기들이 오가고 있다. 설마 법적인 절차에 하자가 있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앞서 지적한 의료진의 말대로, 그것이 정말로 꼭 필요한 일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측면이 있다. 만약 이재명 대표가 정치인으로서 특혜를 받은 것이라면,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당장 사과부터 하는 것이 도리에 맞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나 혹은 민주당이, 위기의 그 짧은 순간에, 국민들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보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산대병원에 치료를 맡기고, 국민들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짧은 메시지를 내보내는 것만으로 충분했을 것이다. 분명 국민들의 마음이 조금은 더 편한해졌을 것이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신뢰도 더 커졌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할 수 없었으면, 민주당이 대신 그랬어야 했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그 순간을 놓쳤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어느 순간에 어떤 일을 겪게 될지 모르는 자리다. 한 순간의 위기는 개인만의 위기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위기와 직결될 수 있다. 이 점에서 대통령을 둘러싼 위기대처 능력은 국민 전체의 위기대처 능력인 셈이다. 이번 대처과정을 보면서, 한 때 대통령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나 그 측근들에게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개개인의 인간관계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엇갈렸을 때 그 진면목이 드러난다면, 정치인으로서의 역량은 위기의 상황에 처했을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고 말하고 싶다.

지난 2006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에 나갔다가 3센티미터 정도의 열상을 입는 테러를 당한 적이 있다. 당시 박근혜 대표의 첫 일성은 “이 일로 호들갑 떨지 말라”는 것이었다.

비록 나중에 탄핵을 당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그이지만, 이 대목만큼은 그가 일개 정당의 대표로서 손색없는 대처를 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지지자들이 자신을 걱정해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그 역시 지지자들을 우선 안심시키고 싶었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 일을 했고, 이재명 대표측은 해내지 못했다.

어느 유명한 외국 영화배우 이야기가 있다. 당뇨환자였던 그는 어느날 갑작스런 저혈당으로 급히 사탕을 구해야만 했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그를 두고 동행하던 배우들이 사탕을 구하러 나섰을 때 그가 외친 소리는 “사탕은 네슬레 것이어야 해”였다. 그는 그 당시 네슬레 광고를 하고 있었다. 위기의 순간, 그 사람의 진면목이 발휘되는 장면이었다.

지금 이재명 대표나 민주당 관계자들이 할 일은, 대표의 상처가 어느 정도인지, 서울대병원으로의 전원이 왜 정당했는지, 하는 그런 것들이 아니다. 안민석 의원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낙연 전 총리의 신당을 멈춰야 한다는 따위의 밑도 끝도 없는 얘기를 할 때는 더 더욱 아니다.

이미 늦기는 했지만 국민들을 충분히 안심시키는 메시지가 우선이고, 지방의 의료인이나 주민들이 느꼈을 자괴감이 더 깊어지지 않도록 확실하게 사과하고, 구급헬기의 사용이 잘못되었다면, 이 또한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용서를 구하는 일이 먼저일 것이다. 혹여, 그럴리는 없겠지만, 민주당이 지금의 상황을 놓고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지고 있다면, 제발 그 부질없는 짓은 집어치우라고 말리고 싶다.

지금의 이재명 대표나 그 주변을 보고 있자면, 국민들을 위로해줘야 할 어른이 오히려 위로받고자 응석을 부리는 것 같아 안쓰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더하여, 한 때 여당이었던 민주당이 다음 대선에서 수권능력을 보일만한 정당인지, 의심부터 드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다시 한 번 이재명 대표의 빠른 회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