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원 당원의 제명처분, 절차에 문제있다.

백광원 당원의 제명처분, 절차에 문제있다.

조광태 / 전임기자

SNS 상에 올라온 누군가의 메시지, 아니 메시지라기 보다는 하소연, 혹은 분노에 찬 고발, 메시지를 올린 사용자에 대한 위로의 댓글들이 줄줄이 달리고, 메시지의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분노가 더해질 때, 그리하여 그 상대는 누가 보더라도 빠져나갈 수 없는 악행의 주인공이 되어 있을 때, 경험상의 본능이 우리에게 단호하게 외치는 소리를 듣게 된다.


“지금이 가장 조심스러울 때이다.”


어른이 아이와 부딪쳐 아이가 다쳤다는 주장, 운전기사가 버스에서 내려주지 않아 위험한 상황이었다는 이야기, 번번히 식당에서 발생하는 갑질행동, 여기에 호박덩굴처럼 얼기설기 비난의 댓글들이 매달리지만, 조만간 기다렸다는 듯이 실상은 그 반대였음이 밝혀질 때, 교훈은 언제나 하나뿐이다.


“서로의 얘기를 다 듣기 전에는 판단하지 말라”


재판의 기본원리는 우리 삶 속의 원리와 그리 멀지 않다. 누군가의 주장의 너무도 그럴듯하고 완벽할지라도, 반대쪽의 얘기를 들어보기 전에는, 판결할 수 없다는 것이 재판의 기본명제일 것이다.


그래서 법 앞에 평등한 국가의 재판이라면 서로 다투는 양측 중 어느 일방이 아무리 약자라 하더라도, 그의 주장을 일축하거나 무시하는 일 따위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재판이 법적인 약자와 강자를 막론하고, 형식적으로나마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는 것은 재판의 기본원리를 그만큼 존중하고 있기 때문이랄 수 있다.


중요한 징계에는 청문절차가 있다. 우리집 장롱에는 언젠가 주인이 불러주기를 기다리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있는데, 이 흔하디 흔한 자격증조차, 자격취소를 하기 위해서는 시장이나 도지사의 청문을 거쳐야 한다. 청문에는 당사자가 출석하여 자신을 소명할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원칙이다. 공인중개사 법도 마찬가지다. 이 점에서 청문은 법원을 통하지 않는 작은 재판의 성격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은 거대 야당이다. 이에 비해 백광현씨는 일개 권리당원일 뿐이다. 처음부터 대등한 다툼이 성립할 수 없다. 민주당이 제명이라는 처분을 내리면, 백광현씨의 수용의사와는 무관하게, 그 처분은 성립한다. 백광현씨 개인에게 제명은 중대한 사안이겠지만, 백광현씨가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을 소명할 수 있는 기회가 고작이다.


백광현씨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얼마 전 민주당 경기도당의 윤리위원회에 출석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청문절차를 거친 것이다. 소명하는 과정에서 윤리위원장은 한 번에 판단할 사안이 아니므로 다시 기일을 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때마침 또 다른 사안의 징계청원이 추가된 탓에, 추후 다시 윤리위원회를 열기로 했고, 백광현씨는 직접 출석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윤리위원회는 더 이상 없었고, 우편을 통해 제명을 통보받았다는 것이 백광현씨의 주장이다.


백광현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백광현씨는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소명하지 못한 셈이다. 최초의 사안에 대해서도 그렇거니와 추가된 징계청원 사안에 대해서는 더 더욱 자신의 입장을 밝힐 기회가 없었던 셈이다.


백광현씨가 실제로 해당행위를 했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운전기사의 사건처럼 실상이 반전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지금으로서 백광현씨의 일방적 주장을 믿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있다. 청문의 절차가 멈춰선 까닭이다. 민주당이 청문이라는 절차를 통해, 백광현씨의 소명 주장이 잘못된 것임을 증거로서 증명하고, 이를 당원들에게 명백하게 밝히지 않는 이상, 백광현씨의 청문 밖 주장이 나름 유효할 수 밖에 없다.


정작 중요한 것은 백광현씨가 실제로 해당행위를 했느냐의 여부가 아니다. 민주당이 일개 권리당원을 제명하면서 기본적인 소명절차조차 준수하지 않았다는 것이야말로 훨씬 더 중요한 문제랄 수 있다. 제대로된 민주적 공당이라면 발생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백광현씨는 이번 제명처분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직무정지 소송을 막고자 하는 의도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정황은 그 개연성을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최소한의 소명절차조차 피해가는 마당에, 오얏나무에서 갓끈만 고쳤다고 주장한다면, 그 말을 순히 곧이듣기 어려운 까닭이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정식적인 청문절차를 밟아야 한다. 만약 백광현씨의 해당행위가 사실이라면, 증거를 통해 이를 분명히 밝히는 동시, 그를 엄중 징계하여 다른 당원들에게 경계의 표식으로 삼아도 문제될 일이 없을 것이다.


반대로 청문과정에서 해당행위 없음이 소명된다면, 그가 비록 일개 권리당원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에게 사과하고 제명절차가 제기된 연유에 대해 철저한 자기조사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어쩐지 민주당이 이미 그럴 능력을 잃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을 피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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