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진실의 문-병합 후 반세기의 역사왜곡 비판』

백재선 기자의 책읽기 산책

『일제 강점기 진실의 문-병합 후 반세기의 역사왜곡 비판』

백재선 / 전임기자

올해로 76주년 광복절을 맞았지만 일본 정부의 고압적인 자세와 우리 내부의 갈등으로 답답하기만 하다.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관련 방송에서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 시위에 맞서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집회도 동시에 열리는 것을 보니 가슴이 미어졌다.


일제의 탄압과 폭정에서 해방이 된 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 일제를 옹호하고 두둔하는 세력들이 활개를 치고 역사를 왜곡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


이선배 재야사학자가 쓴 『일제강점기 진실의 문』 책은 한일병합 후 반세기의 역사 왜곡 비판이라는 부제를 달고 일제를 옹호하는 세력들을 질타하고 있다.


2011년 발간된 책은 당시 역사 수정주의 기치를 내세우고 뉴라이트 활동에 나선 이영훈 당시 서울대 교수를 비판한 책이다. 저자는 2009년 당시 이교수가 일본에서 발간한 『대한민국 이야기』라는 책의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당시 이교수는 일본어 발간 책에서 조선의 근대화가 강점기에 이뤄졌고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 강제 동원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교수가 그가 기술한 내용을 입증하거나 뒷받침할 근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않고 그가 제시한 자료들도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자료에 불과해 합당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교수가 일제강점기 중 조선의 경제성장률이 평균 3.7%에 달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저자는 이 통계는 대동아전쟁으로 경제침체가 심했던 41~45년을 의도적으로 배제해 성장률을 높인 것으로 고의적인 통계 누락이자 왜곡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일제강점기에서 조선의 산업은 군수용 소재산업이 대부분이고 민수용 자급률은 10%에 불과해 해방 이후에 오히려 경제가 더욱 나빠지는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이교수는 책에서 일제강점기 당시 매년 조선의 미곡이 800~900만 톤가량 일본으로 유출된 것에 대해 수탈이 아니라 일본 내 쌀값이 높아 조선 쌀이 수출된 것이라고 역사학계의 연구 결과를 부정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당시 조선은 먹을 양식이 부족해 쌀을 해외에 공급할 여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제는 일본 내 부족한 쌀을 공급하기 위해 조선 미곡을 무리하게 수탈한 것이라고 단호하게 주장했다.


저자는 일제의 쌀 수탈 정책으로 식민지 기간 조선인의 1인당 주곡 소비량은 갈수록 줄어들었고 조선총독부의 소작농에 대한 악랄한 약탈 정책으로 조선 농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졌다고 실증적인 통계자료를 책에서 제시했다.


이교수는 일제하에서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 강제 동원은 없었고 조선 여성들이 악덕 매춘업자에게서 속았거나 돈 때문에 줄을 이어 모집에 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저자는 일군에 의한 위안부 강제 동원 문제는 일본 정부가 자체 조사를 통해 위안부 동원 관련 일본군이 간여했다고 공식으로 인정했다고 밝히면서 관련 사실들을 차례차례 기술했다.


저자는 이교수의 주장이 마치 과거 총독부 대변인의 말처럼 들리고 현재 일본 극우들의 주장과 일치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원래 건축가 출신인 저자는 80세 노후에도 불구하고 이교수의 터무니없는 주장에 맞서 관련 자료를 샅샅이 찾아 입증 자료를 조목조목 열거하며 책을 썼다.


저자는 1930년에 태어나 일정 말기에 일본인의 회사에 다니면서 당시의 시대 상황을 직접 보고 듣고 겪었던 사람이다. 그는 일제 말기 경성역에서 군용열차에 실려 나갔던 강제 동원 위안부와 징집 노동자들을 직접 목격했었다고 회고하면서 역사적인 사실들을 애써 부정하려는 이교수의 시도에 분연히 맞섰다.


오늘날에도 『역사의 문』이라는 책이 나온 2011년 당시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위안부 문제 해결을 놓고 한일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우리 정부를 비판하고 심지어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려는 세력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영훈 전서울대 교수는 2019년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을 발간했다. 그는 우리네 반일 정서를 오히려 종족주의라고 매도하고 자신의 친일 성향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그의 책은 일본어로 번역 출판되어 일본에서 읽혀지고 있다.


그의 주장은 8년 전에 발간된 『대한민국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한국을 비판하는 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나는 서점에서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을 보다가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책을 덮었다. 책에서는 우리의 독도 영유권마저 부정하고 일본령이라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노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공저자들은 일본에서 나온 자료 중 한국을 비판하고 일본을 옹호한 내용만을 취사선택하고서 실증적인 자료인 양 내세우고 있다. 일제 식민지 지배로 겪은 우리 국민의 자연스러운 반일 정서를 그들은 관제 민족주의와 종족주의라고 매도한다. 일본의 극우 사람들보다 일본인을 옹호하고 한국인을 비판하고 있는 그들의 태도가 역겹다.


공저자 중 이우연 연구원은 일본 극우단체인 국제역사논전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정기 회의에서 조선인은 자발적으로 일했으며 강제 연행은 없었다고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작금의 상황이 한심하다기보다 개탄스럽다. 이영훈 전교수는 2004년 TV 토론에서 위안부 피해자와 성매매 여성을 동일 선상에 놓는 발언을 해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자 위안부 할머니들을 찾아가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인식이나 주장은 달라지지 않고 오히려 강해졌다. 그의 주장은 대부분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지만 그를 옹호하는 세력도 만만치 않은 듯하다. 이들 세력은 정치와 언론 권력을 타고 교묘하게 대중들을 분열시키고 자신들의 기득권 보호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일제의 조선 침략과 만행, 위안부 동원과 강제징용 문제는 역사의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해결하는 역사적 과제이지 민족주의ㆍ종족주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점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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