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왜/김동춘』를 읽고

백재선 기자의 책읽기 산책

『대한민국은 왜/김동춘』를 읽고

백재선 / 전임기자

현대사 관련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의 “대한민국은 왜”라는 책을 읽었다. 김동춘 교수가 그동안 사회운동가로 정치‧사회 문제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한 신문 칼럼을 가끔 본 적이 자주 있어서 김교수의 저서를 읽고 싶었다.


김교수는 먼저 서문에서 광복 70주년을 맞아 학인으로서 현재 대한민국 정치 사회의 제반 문제, 특히 보통의 국민이 겪고 있는 고통은 어디서 왔으며, 어떤 역사적 배경, 국제정치적 맥락과 조건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묻고 답해보고자 책을 썼다고 한다.

 

김교수는 "국가 이념과 역사적인 과제 등을 놓고 볼 때 친일-친미-반공-경제성장세력이 대한민국의 주류를 형성하게 되었다"고 분석하면서 “8.15는 사실상 해방이 아닌 일본에서 분리였으며, 그 이후 수립된 분단국가 대한민국은 반국가, 반주권 국가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남한 단독정부 수립의 주역인 구한말 친일 개화 세력과 일제하 부일 협력 세력은 1945년 이후 미국을 추종하는 반공주의자가 되었고, 이어서 근대화론과 개발독재의 지지자가 되었다가 1987년 민주화 이후에는 세계화 및 선진화의 기수가 되는 등 오늘날까지 우리 사회의 메인 스트림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구한말에서 1970년대에 이르는 신민지 근대화와 냉전 근대화의 과정은 궁극적으로 자주독립 및 민족통일만 희생시킨 것이 아니라 인권, 정의와 평등의 길을 뒤 틀리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은 형식적으로는 국민주권이 보장되어 있지만 실제로 국민들은 반의반 주권밖에 누리지 못했으며, 분단된 한국은 자주독립 세력은 물론 민권과 평등을 지향하는 모든 정치 사회 세력을 정치권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교수는 과거의 전쟁‧권위주의 체제가 북한과의 적대 관계를 유지하면서 국가 안보라는 지상 목표를 위해 적에게 동조하는 내부의 저항 세력을 탄압했다면 오늘의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는 경쟁력 강화와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은 국가로부터 더욱 버림을 받게 되었다고 신랄하게 지적했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대기업이 입법‧사법‧행정부 위에서 그림자 정부 역할을 하는 ‘기업사회’로 변모했으며, 한국의 재벌 대기업은 국가 경제를 책임진다는 명분으로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게 되었다는 것이 김교수의 지적이다.

 

김교수는 미국 주도의 냉전 질서와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한국이 근대화와 경제 성장에 힘입어 물질적인 측면에서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을 인정하나 한국인들의 열정과 역동성을 주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쪽으로 행했기 때문에 공적 도덕이나 공공의 가치는 뒤처져 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김교수는 "지난 70년간의 반국가 상태를 극복하고 온전한 국가를 세우기 위해서는 무비판적인 서구 추종 개화론과 근대화론은 서구 문명의 야만적인 요소까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을 이제 반성하고 민권이 보장되는 나라, 즉 인권과 민주주의가 보장되는 진정한 선진 국가를 건설하고 그 다음 국가를 넘어서는 정치 공동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교수의 책은 발간된 지 오래됐지만 지금 시점에서도 김교수가 지적한 한반도를 둘러싼 경직된 국제정세 및 남북관계, 계층 양극화 심화 및 불평등한 노사관계 문제들은 계속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더욱이 대선을 앞두고 박정희·전두환 과거 군사독재 정권을 찬양하는 분위기마저 일면서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가치들은 무시되고 과거의 권위주의 체제로 퇴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어 개탄스럽기만 하다.

 

아무리 各自圖生이라는 아우성이 넘치고 있지만 김 교수의 진단과 지적처럼 나라의 지도자라면 大同과 共生이라는 공동체 신념을 굳건히 갖고 실천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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