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평전』

백재선 기자의 책읽기 산책

『조지 오웰 평전』

백재선 / 전임기자

『조지 오웰 평전』을 읽고

 

조지 오웰은 그동안 나에게 동물농장의 작품을 통해 소련의 전체주의에 비판했던 반공 작가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국내 저자들이 쓴 조지 오웰 평전을 읽고 나서 이러한 인식이 잘못된 것으로 알게 되었다.

 

조지 오웰은 영국인으로 1903년 태어나 1950년 길지 않은 삶을 마쳤다. 그는 평생 동물농장·1984년 등 9권의 장편 산문과 700여 편의 에세이를 남겼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산업 자본주의와 제국주의가 맹위를 펼치고 히틀러·무솔리니·스탈린 등 독재자들에 의한 전체주의가 득세하면서 의식 있는 개인들이 핍박받던 시기였다.

 

그러한 암울한 시대에 조지 오웰은 전업 작가로서 글쓰기를 통해 권위적이고 부조리한 사회체제를 비판하고 인간의 품위와 개인의 존엄을 옹호했다.

 

사회의 여러 밑바닥 현장에서 또는 전쟁터 한구석에서 직접 경험한 체험을 바탕으로 자본주의와 전체주의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작품들을 남겨 오늘날까지 널리 읽히고 있다.

 

조지 오웰의 치열한 삶은 박홍규 교수와 고세훈 교수가 쓴 평전에 서 잘 드러난다.

 

박홍규 교수는 평전을 통해 오웰의 삶을 자유·자연·반권력의 상징으로 압축한다.

 

박교수는 “오웰이 권력에 복종하지 않는 아나키즘 정신과 수정같이 맑은 在野 정신으로 20세기 정치를 가장 명석하게 묘사했으며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를 구상한 작가“로 평가한다.

 

오웰은 평생에 걸쳐 정치적인 글쓰기 작업을 해왔지만, 정치와 예술을 합일시키는 것을 전업 작가로서의 이상으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민중적 설화를 사용하여 그러한 합일을 완벽하게 형상화하는 데 꾸준히 노력해왔다.

 

박교수는 오웰이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양 체제를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침해하는 전체주의로 비판하고 민주적 사회주의를 옹호한 점을 높게 매긴다.

 

오웰은 도그마나 이데올로기에 의한 정치적 교조주의나 계획적 사회개혁 또는 종교적 절대주의 등에 반대한 반면에 인간다운 품위와 인권을 중시하고 정의와 자유를 다수자의 것으로 만드는 민주적 사회주의(democracy) 실현을 이상으로 삼았다.

 

오웰이 강조한 인간다운 품위(decency)는 보통사람에게서도 발견될 수 있으며, 이러한 품위를 파괴하는 권력에 저항하고 그러한 악에 대항에서 싸우는 것이 인간의 의무로 인식되어야 한다.

 

박교수는 “오늘날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서 인간다운 품위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인간의 품위를 다시 찾기 위해서 오웰의 책을 읽어야 한다” 고 강조한다.

 

고세훈 교수는 지식인에 관한 한 보고서라는 부제를 달고 오웰의 평전을 썼다.

 

고교수는 “오웰 사상의 자취와 맥락을 추적하기 위해 평전을 쓰게 되었다”면서 “오웰 평전은 스스로 권력자이며 권력을 탐하고 추종하는 지식인들에 대한 오웰의 눈과 입을 빌려 만든 하나의 보고서라”고 소개한다.

 

고교수는 “오웰의 삶과 행적이 권력의 속성에 대한 폭로와 경고 그리고 권력자에 대한 저항의 기록이고 그의 작품은 권력 언저리에서 쿵쿵대며 안일과 위선과 표변을 일삼는 지식인에 대한 보고서가 되었다”고 일갈한다.

 

오웰은 궁핍과 질병이 주는 삶의 신산함에도 불구하고 승자 진영에 편입되고자 안달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평생을 피해자 편에 서서 그들의 눈과 입을 빌려 관찰하고 발언하기를 지속해왔다.

 

이처럼 삶과 행동이 일치하는 오웰의 생애가 지식인들이 추구해야 할 삶의 본보기로 제시해주고 있는 셈이다.

 

고교수는 “오웰은 모든 권력에 맞서고 사회 부조리에 철저히 저항하는 실천적 행동가였고 오웰의 이러한 내공은 일관된 이데올로기에서가 아니라 일관된 도덕적 힘에서 비롯되었다”고 평가한다.

 

오웰이 영문학계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 것도 그가 쓴 작품뿐 아니라 글과 행동이 일치하는 그의 삶과 그가 평생 옹호했던 근원적 정직성에 비롯된 것으로 설명한다.

 

고교수는 정치적 작가이자 전업 작가로서의 오웰의 위대함에 지면을 많이 할애했다.

 

오웰이 글을 쓰는 것은 예술작품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파적 감정·불의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글쓰기를 피할 수 없었고 그는 작가로서 사실과의 정직한 대면을 위해 끊임없이 투쟁해왔다.

 

그러면서도 오웰은 문학과 정치적 가치는 절대로 상충하지 않으며 정치적 글쓰기를 하나의 예술로 만드는 것을 필생의 업으로 중시했다.


스테판 말테르는 「조지 오웰 – 시대의 작가로 산다는 것」 책을 통해 주관적인 평가 없이 오웰의 일대기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서술했다. 오웰의 각 작품이 나오는 단계마다 작가 개인의 심리와 주위 사람들과 관계의 변화 등을 상세히 묘사해 독자들에게 작품의 배후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박홍규 교수와 고세훈 교수의 조지 오웰 평전을 읽고 개인적으로 지식인의 在野 정신과 전업 작가의 투철한 의식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오웰은 정치적 도그마나 이데올로기를 거부하는 동시에 권력에 맹목적으로 복종하지 않고 오로지 인간의 품위(decency)를 중시했다.

 

모든 권위에 맞서고 고귀함을 잊지 않는 오웰의 수정같이 맑고 강한 품성이야말로 참된 재야 정신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오웰이 살았던 당시 지식인들은 대부분 일신의 안위를 위해 권위에 복종하거나 체제에 순응했지만, 오웰은 험난한 시기에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글을 쓰고 행동한 점을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또한 오웰은 자신의 글이 정치적인 편향을 지닐 수 있지만 완전한 산문(예술)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작가 정신이 누구보다 투철했다.

 

오웰은 말년에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일에 계속해서 고심했었다.

 

문학은 예술이면서 또한 직업이지만 오웰은 독자의 취향을 고려하기 이전에 작가가 원하는 것을 정직하게 자신만의 단순명료한 언어로 기술하려는 자세를 끝까지 견지해왔다.

 

오웰의 작품은 현실을 바탕으로 구체성을 띠고 일반인들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후대 작가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오웰은 실제로 식당접시딲기·서점직원·탄광광부·병사 등 밑바닥 삶을 직접 경험하고 난 후에야 글을 썼고 그래서 그에게 있어 글쓰기는 그러한 삶의 일부 혹은 연장이 되었다.

 

보통 사람들의 세계로부터 단절되지 않은 구체적이고 생생한 작품들은 반세기가 넘은 지금까지도 독자들에게 실감 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웰의 삶은 중국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 붓을 든 루쉰의 삶과 겹친다.

 

루쉰은 모든 허위의식과 도그마를 경멸한 비판적인 지식인으로 삶을 살아왔고 권력자에게 아부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자신의 말과 글을 드러냈다.

 

루쉰은 이념적 대립 갈등이 극심한 시기에 우익인사들뿐만 아니라 좌익 인사들로부터 공격을 받았고 그들과 맞서 자신을 지키고 오히려 그들을 개조시키기 위해 글로 싸워야 했다.

 

오웰도 말년에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인사들로부터 외면을 받았고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어떠한 이념이나 도그마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신념인 사회민주주의와 인간의 품위를 옹호하기 위해 꾸준히 글을 썼다.

 

루쉰과 오웰은 병마로 인해 짧은 생을 마쳐야 했다.

 

루쉰은 폐암으로 고통을 받았지만 삶을 다할 때까지 글을 썼고 오웰도 잦은 폐결핵 발병으로 육체적인 고통이 심했지만 「1984년」이라는 마지막 작품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오웰이 평생에 걸쳐 글쓰기에 임하는 각오는 그가 남긴 글에서 잘 드러난다.

 

“책을 쓰는 것은 고통스러운 질병을 오랜 앓는 것처럼 끔찍하고 힘겨운 싸움이다. 자신의 개성을 말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는다면, 읽을 만한 글을 절대 쓸 수 없다(나는 왜 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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