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비밀일기 연재를 시작하며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은 부동산을 매개로 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집은 주요한 매개체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집만큼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결합돼 있는 것들은 흔치 않다. 먹고, 입는 것 만큼이나 집은 우리의 삶과 한데 어우러져 있다.
집에는 많은 사연들이 있기 마련이다. 좋은 사연들도 있겠지만, 맘아픈 사연들도 있을 것이고, 말못할 사연들도 있을 것이다. 주거공간이 비싸 주거에 관한 한 자신의 욕구를 다 채우기 쉽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개개인이 품고 있는 사연은 더 다양할 수 밖에 없다. 기쁨을 주었던 사연보다 애절한 사연이 더 많은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어쩌면 공인중개사는 이러한 사연들을 하나씩 귀동냥해 들을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직업의 소유자이다. 집에 얽힌 비밀스러운 얘기들을 하나씩 접하다 보면, 가끔은 집이 곧 우리의 삶이고, 우리의 삶이 곧 집이라는 착각에 빠질 때도 있다. 이른 바 ‘직업상 알게 된 비밀준수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이러한 얘기들을 모아두고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공인중개사는 어딘가 있기 마련이다. 아마 그 중개사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혼자 구덩이 속에 쏟아붓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몇몇 일반인들에게 공인중개사라는 직업 자체가 호기심의 대상이기도 하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이라는 것이 변호사나 의사 자격증만큼 얻기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마냥 쉽지만도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때문에 공인중개사는 전문성과 비 전문성의 중간영역 쯤에 위치한 직업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한번쯤은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져볼만 하고, 그래서 자격증을 따기 위한 응시에 많은 수험생이 모여드는 분야이기도 하다.
공인중개사라는 직업 자체가 지니는 비밀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엄청난 비밀이라는 뜻은 아니다. 공인중개사들에게는 당연한 것들이지만, 일반인들이 처음 들으면 호기심을 자아낼만한 얘기들도 많다. 훗날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고자 하는 일반인이라면 호기심으로 들어 두었다가 언젠가는 유용하게 써먹을 만한 것도 있다.
이 연재를 이어 나갈 사람은 개업한 공인중개사이다. 하지만 얘기는 필자 한 사람의 것만이 아닐 수도 있다. 자신만의 것일 수도 있고 다른 공인중개사를 통해 들었던 사연일 수도 있다. 어떤 사연이든, 모두 공인중개사의 일상에서 나온 것들이다. 진실한 얘기들이지만, 독자들에게 날 것으로 내어 놓을 수는 없다. 다듬고 썰고, 적절히 양념을 하고 잘 익혀서 내어놓는 것이 독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얘기의 주제는 뒤죽박죽이며 시점은 일관성이 없다. 하나의 사연은 그냥 그 자체로 하나의 사연일 뿐이다. 같은 재료를 사용하는 요리라도 방법이 다르면 서로 다른 요리가 되는 것처럼. 이러저러한 요리들을 부정기적으로 내어 놓기로 한다. 맛깔난 요리가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은 글쓰는 이의 몫이 될 것이다.
* 곧 연재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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