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비밀일기] 고시원과 오피스텔, 몰랐던 또 하나의 차이 (2)
그곳에는 건축물 대장장 용도가 근린생활 시설에 고시원으로 등재된 건물들이 많았다. 불법건축물이 된 이유는 실제로 이곳이 일반 주거용 공간으로 사용된다는데 있었다. 무엇보다도 도시가스에 가스레인지를 결합한 취사시설이 허용되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이를 무시한 경우들이 많았다. 불법건축물의 이유는 아마 불법 취사시설의 구비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사실 이들 건축물의 주 용도는 말이 고시원이지, 취사시설이 갖추어진 원룸이었다. 대개는 젊은이들이 이곳의 원룸에 찾아 들었다. 인근에는 몇몇 공장들이 있었고, 잘 알려진 기업의 대규모 공장까지 있었던 터라, 이곳의 원룸수요는 항상 붐볐다. 하지만 당시 이곳은 수요보다 훨씬 더 많은 원룸들이 있었고, 밀려드는 수요를 충당하기에 언제나 충분했다.
지금은 상황이 좀 어떤지 모르겠다. 당시 이곳은 공인중개사 사무실이 갑이고, 원룸 주인들이 을, 이런 분위기가 연출돼 있었다. 원룸의 공급이 수요를 늘상 앞지르다보니, 원룸 수요주들은 자신의 원룸을 하루라도 빨리 임대하기 위해 공인 중개사 사무실에 많은 신경을 써야만 했다.
흔히 말하는 매물장이 공인중개사 사무실로 끊임없이 날아들었다. 공인중개사는 굳이 매물을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수시로 접수되는 매물장만으로 자신의 매물을 확보할 수 있었다. 접수된 매물을 직방이나 혹은 다방과 같은 인터넷 광고로 내보내고, 이를 보고 찾아온 원룸 수요자들과 계약을 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루었다. 한 공인중개사는 그곳에서는 계약이 되면 건물주가 정해진 중개보수 외에 약간의 웃돈을 더 주기도 한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설마 공인중개사가 무슨 배짱이 있어 정해진 중개보수 이상을 받았을까?
처음부터 주거시설이 아닌 근린생활시설로 건축이 이루어진 이유는 주로 주차장이었다. 주거시설에 비해 근린생활 시설은 확실히 너그러운 주차장 규정을 적용받았고, 이 때문에 더 많은 수의 원룸을 지을 수 있었다. 물론 그것도 옛날 얘기다. 요즘은 이런 식의 근린생활 시설 건축물은 아예 허가가 나지 않는다는 얘기도 현지의 다른 공인중개사를 통해 들었다. 어쨋거나 이렇게 한 번 지어진 건물들은 애초부터 근린생활시설이면서, 근린생활 시설로 사용될 수 없는 운명을 갖고 태어났던 것이다.
매물이 넘치다보니 당시 이 곳의 원룸 임대료는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보증금은 500만원 안팎의 것들이 주류를 이루었고, 2백만원이나 3백만원 선의 것들도 꽤 있었다. 월세 역시 30만원에서 50만원 선의 것들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그보다 더 낮은 것도 있었고, 보름에서 두 달까지 단기로 계약되는 원룸들도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방들은 임대주들이 새로 수리를 하 깨끗하게 도배, 장판을 하고 최소한 입주청소 정도는 대부분 마쳐놓은 상태였다.
나는 당시 새 중개사무소의 양수를 위한 계약자 신분이었고, 소속공인중개사나 중개보조원의 신분이 아니었으므로 직접 방을 소개한다든지 하는 실무적인 일을 할 수는 없었다. 시험에 합격한지 얼마 안된 상태였으므로 주로 출근해서 당시 공인중개사에게 계약서 작정방법을 배운다던지, 공인중개사가 방을 소개할 때 따라 다니면서 공인중개사가 손님 대하는 노하우 등을 익히곤 했다.
시간이 나면 동네를 파악하기 위해 주소지, 혹은 건물 명을 들고 동네를 돌아다녔다. 구불구불, 대충 규칙없이 길이 난 곳이어서, 매번 다녀도 쉽게 익혀지지는 않았다. 마구마구 다니다 보면 생각지 않던 곳에 샛길로 난 지름길이 있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는데, 정작 이전 공인중개사가 그 길을 모르던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심심하면 이웃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찾아가서, 새로 오게 될 **사무실의 공인중개사라 인사하고, 차를 얻어마시고, 이러저러한 얘기를 나눴는데, 얘기를 나눴다기보다는 현지 사정에 대한 귀동냥이 대부분이었다. 어느 물건은 주인이 매번 문제를 일으키니까 주의하라, 어떤 물건은 현재 소유권 소송 분쟁 중이니 절대 건드리면 안된다, 또 다른 물건은 들어가면 보증금 빼서 나오기 어려우니 중개 안하는 것이 좋다, 등등... 앞으로 이곳에서 공인중개사 업무를 할라 치면 모두 중요한 얘기들 뿐이었다. 가끔은 공인중개사가 이곳에서 중개업무를 하면서 겪었던 일들, 아찔한 상황 등의 얘기를 했는데, 나중에 이런 얘기들을 엮어서 한 권의 책으로 내고 싶을 정도였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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