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1-1 코스(우도 일주)

백재선 기자의 여행길 이야기

제주 올레 1-1 코스(우도 일주)

백재선 / 전임기자
제주도 올레 1-1 코스는 우도를 일주하는 구간이다. 우도는 제주도 62개 부속 섬 중 가장 큰 섬이다. 우도 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3배인 6.18㎢에 달한다. 해안선 길이는 17㎞에 이른다. 우도 올레길은 해안선 길이보다 짧은 11.3㎞로 4시간이면 충분히 걸을 수 있다.

우도 가는 배는 성산읍과 종달리 두 군데에서 탈 수 있다. 성산항에서 여객선을 타니 제주도 왼쪽으로 성산 일출봉이, 오른쪽으로 종달리 해변이 한눈에 들어왔다. 종달리 해변 뒤쪽으로 말미봉과 해변 오른쪽으로 지미봉이 자리 잡고 있다.

 



 

 

갑판 위에서 주변 풍경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선미 쪽에서 사람들이 ‘와’ 하는 함성이 들렸다. 선미 쪽으로 급히 가보니 성산항 방조제 앞바다에서 돌고래 몇 마리가 지나가고 있었다. 먼 거리여서 돌고래 몸통은 볼 수 없고 꼬리만 볼 수 있었다.

갑판 위 의자에서 앉아 가까이 다가오는 우도를 바라봤다. 우(牛)도라는 지명은 소가 옆으로 누워있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우도는 우도봉이 소머리 형태로 높고 나머지는 소 몸통 부분으로 길게 누워있는 형상이다.

 



 

 

성산항에서 출발한 지 15분 만에 우도 천진항에 도착했다. 올레길 시작점을 찾을 수 없어 주변 상인한테 물어보니 소 동산 옆에서 찾아보라고 한다. 올레 안내 간세는 눈에 띄지 않은 소(牛) 동상 옆에 외롭게 서 있었다. 복잡한 부두 앞 도로에서 벗어나 올레길 순방향 표시인 파란 리본을 따라 걸었다.

 



 

 

올레길은 해안 도로가 아닌 섬 안쪽으로 들어갔다. 해안 도로가 일반 차량 ․ 전동 스쿠터 ․ 자전거를 타는 관광객들로 몰려 올레길을 안쪽으로 낸 것 같다. 안쪽 들판 길은 관광객이 없어 좋았지만, 말똥이 지천으로 깔려 있어 발을 잘 내디뎌야 했다. 들판 여기저기에는 말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어 먹고 있었다.

 



 

 

조선 시대 숙종 때 우도에 국유목장이 설치되면서 국마(國馬)를 관리‧사육하기 위하여 사람들이 거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도는 평지가 넓게 펼쳐진데다 목초가 잘 자라 가축 사육에 적합한 지역이다.

마을 돌담길 양쪽에 하얀색과 보라색 수국꽃이 소담스럽게 피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6월 제주의 꽃은 수국이다. 봄에는 유채꽃과 무꽃이, 초여름에는 수국꽃이 제주 들판을 수놓고 있었다.

 

 
 

 

 

올레길 들판 한가운데 작은 공동묘지가 보였다. 파평 윤씨 공동묘지인데 무덤은 그리 많지 않지만, 무덤마다 비석이 세워져 있다. 올레길은 해안 도로를 만나 하고수동 해수욕장에 이르렀다.

분명 올레 리본을 따라 걸어왔지만 어떤 연유인지 모르겠지만 올레길 서쪽에 있는 홍조단과해변과 하우목동항을 경유하지 않고 들판을 가로질러 동쪽 해변인 하고수동 해수욕장으로 바로 와버렸다. 들판 길에서 올레 리본을 잃어버려 한참을 헤맨 터라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 하고수동 해수욕장은 크지 않았지만 하얀 모래사장에 비취색을 띠고 있어 멀리서 보기에 아름다웠다. 아직 본격 여름철이 아니지만 더운 날씨에 모래사장에서 거닐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잠시 카페에서 우도 명물인 땅콩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땅콩 아이스크림은 땅콩 가루를 토핑으로 활용했지만 별다른 맛을 느낄 수 없었다.

카페에서 해변을 바라보니 바닷가 쪽에 조그만 섬이 눈에 들어왔다. 한림의 비양도와 같은 이름의 우도의 비양도다. 우도와는 노도 길로 연결되어 걸어갈 수 있다. 작은 섬 안에 검은 돌탑과 빨간 등대가 보였다. 우도 비양도에서 바다와 하늘을 벗으로 삼아 캠핑하는 사람들이 많아 요즈음엔 배낭여행 성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비양도는 올레길에 포함되지 않아 가지 않고 우도봉으로 향했다. 우도봉 가는 길에 돌담으로 둘러싸인 밭에는 땅콩 새싹이 자라고 있었다. 우도 땅콩은 막걸리와 아이스크림으로 가공되어 우도는 물론 제주도 본섬에서 널리 판매되고 있다. 우도에는 땅콩뿐만 아니라 쪽파, 마늘, 보리 등 제주 본섬에서처럼 다양한 밭작물들이 재배되고 있다.

우도봉 가는 길은 상가가 밀접한 우도봉 입구가 아닌 도로에서 중간 능선으로 연결되었다. 계단 길이 끝나 능선에 오르니 올레길은 정상 쪽인 우대 등대로 향했다. 정상으로 가는 길 왼쪽으로 망망대해가 보였다. 오른쪽으로는 제주 동쪽 지역이 한눈에 들어왔다. 종달리 해변 넘어 말미 오름에 이어 멀리 달랑쇠 오름과 용눈이 오름을 볼 수 있었다.


 

 

 

능선 오르는 길 왼쪽 바다 쪽은 절벽을 이루고 해수가 만난 아래쪽에는 제주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대표적 화산 지형인 코지와 해안동굴이 형성되어 있다. 검은 현무암 절벽이 바다로 내리지른데다 바다색마저 짙은 푸른 색깔이어서 긴장감마저 들었다.



 

 

우도봉 정상에 올라 우도 전체를 바라보니 우도봉 바로 아래 저수지가 있었고 여기저기 푸른 초원과 돌담으로 둘러싸인 밭이 보였다. 우도도 제주 본섬처럼 자체 생활 기반을 갖춘 독립 섬이라는 생각이 확실히 들었다.



 

 

높이 132m 우도봉 정상에는 옛날 등대와 현대식 등대 2개가 놓여 있다. 자료를 찾아보니 우대 등대는 1906년에 처음으로 불을 켰고 신축 등대는 2003년에 점등되었다고 한다.



 

 

신축 등대 점등을 계기로 국내 최초로 등대를 테마로 한 등대공원이 우도에 조성되었다. 등대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유명 등대 모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급히 내려오느라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모형 등대는 각국의 독특한 건축 양식에 따라 모두 달라 특이해 보였다.


 

 

 

등대 체험관에서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지역은 초원이 깔린 구릉 지역이었다. 들판 여기저기서 말들이 풀을 뜯어 먹고 있다. 우도라는 이름 때문에 소가 많을 것으로 짐작했는데 소는 보이지 않고 말만 보였다.


 

 

 

구릉 지역에서 내려오다 보니 성산 일출봉이 보였다. 우도에서 보는 성산 일출봉은 제주에서 바라본 느낌과 달랐다. 일출봉은 제주에서 벗어나 홀로 서 있지만, 왕관을 쓴 왕자처럼 늠름한 모습이다. 지난번 1코스를 걸을 때 일출봉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볼 수 있었으나 이번에는 뒤편에서 일출봉의 늠름한 자태를 보니 행복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올레길은 구릉 지역을 내려와 민가를 지나 마침내 천진항에 도착했다. 아까 내렸던 선착장과 달리 종점인 이곳에는 올레길 안내 간세가 반듯하게 서 있어 도보객들을 맞아 주었다



 

 

우도 올레길을 걷다 보니 올레꾼들은 관광객에 완전히 밀려난 느낌이 들었다. 해안 도로에 관광객이 탄 차량과 전동 스쿠터가 몰리다 보니 도보객들은 자연히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올레길은 관광객들이 다니지 않은 안쪽 들판에 놓여 있고 들판 사이에 있는 올레길을 걷는 도보객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우도 올레길은 도보 여행자들에게 다소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지만 걷기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코스이다.



 

 

프랑스 전직 언론인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중국 시안까지 장장 1만 2천 킬로미터를 두 발로 걷고서 『나는 걷는다』라는 도보 여행기를 남겼다. 그는 늘 걸으면서 자연과 주변에 자신을 맡기는 것을 꿈꾼다고 했다. 나도 올레길을 걸으면서 자신의 것을 내려놓아야겠다.

(2020년 6월 19일)

[저작권자(c) 청원닷컴,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기사 제공자에게 드리는 광고공간]



0 Comments

청원닷컴은 트윗과 페이스북을 통한 해당 기사의 공유를 적극 권장합니다. 맘에 드시는 기사를 트윗, 혹은 페이스북 공유해 주시면 좋은 기사를 생산하는데 커다란 힘이 됩니다. 

Category
+ 최근 한 달간 인기기사
등록된 글이 없습니다.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