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과 연변 여행 2

백재선 기자의 여행길 이야기

백두산과 연변 여행 2

백재선 / 전임기자

백두산 천지에 오를 수 있는 곳은 북한 영토의 동파(東坡)와 중국 영토인 북파(北坡),서파(西坡),남파(南坡) 네 군데가 있다. 이도백하에서 백두산 오르는 길은 주로 서파(西坡)와 북파(北坡)를 이용한다. 파(坡)는 낭떠러지의 험하고 가파른 언덕인 우리말 벼랑을 의미한다.

 

    

 

 

 

2023년 9월 13일 오늘은 서파로 가서 천지를 보게 된다. 이도백하에서 백두산 서파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송강하진(松江河鎭)에 가야 한다. 송강하진에 가는 길은 어제 이도백하 전망대에서 봤던 산림지역을 통과해야 한다.

 

이도백하 전망대에서도 봤지만, 이도백하에서 백두산 고원지대까지는 그야말로 산림 천하이다. 오래전 백두산 화산 폭발 이후 인적이 끊어진 이곳에 식생에 좋은 화산토에 뿌리를 둔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위도가 높은 지역이지만 숲속의 나무들은 연길이나 용정에서 봤던 나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활엽수도 제법 많다. 도로변에는 노란 들꽃도 간간이 보였다.

 

우리가 타고 온 관광버스로 한 시간여를 달려 송강하진 서파 풍경구 환승센터에 도착했다. 풍경구 환승센터에서 대형 버스를 갈아타고 서파 산문으로 향했다. 대형 셔틀버스로 오르는 길은 조금 전에 관광버스로 왔던 길과 비슷하다. 버스는 평평한 도로를 따라 각종 나무가 촘촘히 뻗어서 있는 숲의 바다를 여전히 지나갔다.

 

한 시간을 걸려 달려가 환승 정류장에서 소형 버스로 갈아탔다. 소형 버스는 본격적으로 백두산을 향해 비탈길에 오르기 시작했지만 산림 지대를 계속 달렸다.

 

 

 

 

 

숲속의 나무는 이제 활엽수 대신 백양나무․자작나무․가문비나무 등 잎이 가는 침엽수들이었다. 침엽수 나무는 둘레가 가늘지만, 하늘을 보고 쭉쭉 뻗어 있었다.

 

위로 오를수록 활엽수는 적어지고 침엽수가 많아졌다. 이어 관목 지대가 나오고 나무가 점차 사라지고 회백색과 미황색을 띤 거대한 고원이 눈에 들어왔다. 백두산의 수목한계선이 2,150m에 달한다고 하니 버스는 해발 2천 미터를 넘어 올라가고 있었다.

 

   

 

 

 

백두산 지형은 제주도 한라산 지형과 아주 달랐다. 제주도 한라산은 용암이 식어 굳은 현무암 암석 덩어리가 주로 깔려 있지만, 백두산은 화산토와 부석토가 깔린 토양지대를 볼 수 있다.

 

특히 화산재들이 뭉쳐서 생긴 하얀 부석이 고산 지대를 이루고 있다. 긴 겨우내 하얀 눈과 다른 계절에는 하얀 부석이 산 정상을 뒤덮고 있기 때문에 옛날부터 사람들은 백두산(白頭山)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소형 버스는 경사가 급한 고원 비탈길을 달린 끝에 마침내 서파 산문에 도착했다.

 

 


 

 

이제 서파까지 오른 길은 계단길이다. 900m 길이의 1,442계단을 오르면 천지에 도달할 수 있다. 계단 길에는 한국 관광객 말고 중국 관광객도 많았다. 노약자 등반을 위해 가마꾼이 가마 위에 사람을 태우고 올라가고 있었다.

 

 

 

 

 

계단이 많았지만, 천지를 빨리 봐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라 힘이 들지 않았다. 계단 길에는 천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작은 실개천을 이뤄 아래로 흘러가고 있었다.

 

 

 

 

 

천지 오르는 길은 나무 한 점 볼 수 없었고 꽃이 진 야생화만 깔려 있었다. 6~7월에 야생화로 뒤덮인 고원지대를 보게 되면 정말 장관일 것이라는 상상이 저절로 났다.

 

 

 

 

 

계단이 끝나자 안내판이 서 있다.

 

 

 

 

 

조선과 중국의 경계를 알리는 표지가 나왔다.

 

 

 

 

 

마침내 정상에 오르자 천지라는 안내석 뒤에 웅장한 천지가 눈에 들어왔다.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라 ‘하늘 연못’ 천지(天池)다.


2,500m 이상의 16개 영봉에 둘러싸인 천지는 장엄하기가 그지없었다. 천지 물은 맑았지만 짙은 푸른색이어서 깊이를 짐작할 수 없었다. 하늘에 검은 구름이 끼였지만 천지를 조망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검은 구름 아래 하얀 하늘, 푸른 천지와 갈색 봉우리들이 색의 조화를 이뤄 민족의 영산(靈山)으로 그 위엄을 더하고 있었다. 백두산에서 시작된 산줄기는 한반도에 굽이굽이 이어져 지리산까지 2,000㎞가 넘은 거대한 백두대간을 형성했다.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떠들고 있지만, 천지는 잔잔하고 고요해 신비로움을 자아냈다. 백의민족이 한반도에 터를 잡기 이전 태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듯했다.

 

서파 쪽은 다른 쪽과 달리 천지 수면으로 경사가 완만해 쉽게 내려갈 수 있지만, 울타리가 쳐져 있어 천지 쪽으로 내려갈 수 없다. 천지 물에 손이라도 담그고 싶지만 내려가지 못해 아쉽기만 했다.

 

 



 

백두산 천지는 화산이 분출되어 형성된 화구에 천연수가 고여 만들어진 자연 호수이다. 해발 2,190m의 수면 높이에, 둘레길이 14.4㎞, 평균 수심 213m, 최대 수심 384m의 산정호수이다(북한지리정보).

 

서파 오른쪽은 북한 땅이고 천지 건너편 동파 쪽은 천지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북한 땅 장군봉이 자리 잡고 있다. 백두산 최고봉인 장군봉의 높이는 2, 774m로 알고 있는데 북한에서는 2,750m로 공식 표기한다.

 

중국과 북한의 국경 협정에 따라 현재 북한이 천지 수면의 56%를, 중국이 천지 수면의 44%를 차지하고 있다.

 

 

 

 

 

휴대폰 카메라로 여러 각도에서 백두산 천지를 찍어봤으나 천지의 웅장함을 제대로 담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10번 올라서 한 번 천지를 보기를 어렵다고 하는데 단 한 번에 올라 천지를 실컷 볼 수 있게 되어 큰 행운을 누린 셈이다. 내일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고 천지에서 내려왔다.

 

 



 

서파 산문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가 이동한 곳은 금강대협곡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숲속으로 걸어가자 대협곡 입구가 나왔다.

 

 



 

금강대협곡은 백두산 화산체가 융기 상승하여 현무암층에 벌림 단열이 생겨 형성된 것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물과 바람에 씻겨 현재의 깊고 넓은 대협곡이 만들어졌다. 해발 1,464m 높이에 너비 평균 120m, 깊이 평균 80m의 협곡이 장장 70㎞의 길이를 이룬다.

 

 



 

협곡 절벽 양쪽에는 화산재가 흘러내려 침식으로 형성된 기둥 모양의 암석들이 여러 가지 동물 모양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깊고 넓은 골짜기에도 기묘한 생김새의 바위들이 종유석처럼 솟아나 있었다. 협곡 바닥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으며 협곡 주위에는 원시림이 펼쳐져 있었다.

 

제주도의 바닷가 주상절리와 달리 협곡 내 암석들은 풍화 작용으로 단단하지 않고 상부는 뾰족하게 깎여 있는 형상이었고 색깔은 현무암의 검은색이 아닌 회색을 띠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래프팅을 하러 계곡으로 갔다. 천지 서파 아래 산림 지대에는 계곡이 아니라 평지 지형이라 폭이 좁고 깊지 않은 천을 이루고 있다.

 

우리는 고무보트에 몸을 싣고 천을 따라 흘러내려 갔다. 간간이 천변에 있는 바위와 물속에서 솟아난 돌무더기에 부딪혀 보트가 멈추곤 했지만 완만한 경사를 타고 보트는 아래로 내려갔다.

 

원시림이 양쪽에 빽빽이 들어선 가운데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기니, 마치 신선이 된 느낌이다. 백두산 아래 숲속에서 물길에 몸을 맡긴 채 모든 것을 잊고 주변에 흠뻑 빠져들어 유유자적하는 시간이야말로 장자가 설파한 소요유(逍遙遊)의 경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시간여 동안 환상적인 래프팅을 마치고 이도백하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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