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과 연변 여행 1

백재선 기자의 여행길 이야기

백두산과 연변 여행 1

백재선 / 전임기자

9월 중순 3박 4일 일정으로 백두산을 다녀왔다 날씨가 좋아 운 좋게 이틀에 걸쳐 백두산 천지를 두 번 볼 수 있었다.

 

2023년 9월 12일 아침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오르니 두 시간 여 만에 연길(延吉) 공항에 도착했다.


 




연길 공항에서 나와 식당으로 가는 길에는 그리 높지 않은 건물에 한글 간판을 보니 중국의 대도시와 달리 사진으로만 봤던 평양 시내 모습과 얼핏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을 먹고 간 곳은 도문시였다. 도문시는 두만강을 경계로 중국과 북한이 나란히 하는 지역이다.


두만강 변에 위치한 도문 인민광장에 들어서니 음악에 맞춰 군무를 추는 두 무리의 여성들을 볼 수 있었다. 한쪽은 한복을 차려입은 조선족이고, 다른 쪽은 중국식 무용복을 입은 여성들이었다. 서로를 의식하지 않고 무리를 이뤄 춤을 추는 모습이 왠지 낯설고 어색해 보였다.


 




강가 쪽으로 가니 강폭은 넓지 않았다. 두만강 바로 넘어 북한 땅이 보였다.예상과 달리 북한 지역 산에도 숲이 우거져 보기에 좋았다. 





강변에는 유람선 정박 시설이 있었지만 운행되는 선박도 이용하는 관광객도 없어 한적했다. 


 




멀리 중국 도문(圖們)시와 북한 온성군을 잇는 도문 철교가 보였지만 그곳 역시 고요하기만 했다.


 




가까운 거리에서 북한 땅을 보게 되면 큰 감흥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했지만, 강 건너 북한 땅도 남한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아 막상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오히려 주변이 너무 고요해 적막강산에 그냥 홀로 서 있는 느낌이 들었다.


도문에서 출발해 이도백하(二道白河)로 가는 길에 용정(龍井)시에 들렀다. 용정시는 70년대 우리나라 소읍 거리 풍경과 비슷하다 용정 시내에 들어서자 다리를 건넜다. 가이드가 다리 밑으로 흐르는 해란 강이라고 알려주었다. 해란강을 건너 시내를 지나 도착한 곳은 용두레 우물이다. 





용두레 우물은 용정(龍井)이라는 지명의 기원을 이루는 우물이다. 조선사람들이 우물가에 용두레를 세워 용정이라는 마을을 본격적으로 가꾸었다.


 




우물 주변은 소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지만 간단한 표지석 말고 우물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한 인내 판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 대부분 조선족이겠지만 삼삼오오 앉아서 한담을 나누는 모습이 영락없이 어렸을 때 볼 수 있었던 시골 마을 풍경 그대로다.


용정은 현재 연길에 비해 크게 낙후되었지만, 일제 탄압을 피해 이주한 우리 선조들이 문물을 세우고 학교를 설립하여 독립운동의 거점을 마련한 피와 땀과 눈물이 서린 곳이다. 가곡 선구자에서 나오는 용두레 우물가‧해란강‧일송정 등 용정의 과거 정취와 선조들의 기상을 전혀 느낄 수 없어 안타깝기만 했다.


  




우리 일행은 버스를 타고 이도백하(二道白河)로 향했다. 백두산에 가려면 먼저 이도백하로 가야 한다. 버스는 고속도로를 달렸다. 가이드 말로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군인들이 고속도로를 만들어 연길에서 백두산 가는 시간이 종전에 비해 크게 단축되었다고 한다.


 




고속도로 주변에는 민가는 뜸하고 온통 옥수수밭이다. 옥수수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평원을 보니 광활한 만주벌판이라는 안치환의 ‘광야’라는 가사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평야 지대가 지나자 점차 산악지대가 나왔다. 숲이 우거진 산악지대는 강원도의 지형과 비슷해서 마치 한국에서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듯했다.


2시간 넘어 달린 끝에 이도백하에 도착했다. 버스는 숙소로 가지 않고 미인송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 일대는 곁가지가 많지 않고 위로 시원하게 뻗은 늘씬한 소나무가 밀집해 있었다. 곧게 뻗어 오른 소나무의 몸통이 붉은색이고, 아리따운 여인의 속살처럼 뽀얗다고 하여 미인송이라 부른다고 한다.


 




공원 중앙에 있는 잔도 위 전망대에 올라서니 주변은 온통 숲이다. 숲이 바다를 이루다가 멀리 울뚝 솟아 있는 백두산이 보였다. 해가 지는 무렵인데다 구름에 갈려 백두산 형체를 명확하게 볼 수 없었으나 숲이 끝나는 지점에 백두산은 큰 장벽처럼 고원을 이루고 있었다.


 




이도백하 호텔에서 저녁을 먹고 가이드의 안내로 대희대하풍경구로 갔다. 풍경구는 원시림 지대에 각종 조명을 설치에 야간에도 숲속을 산책할 수 있는 곳이다.


작은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에는 아름드리 고목들과 조그마한 폭포들을 볼 수 있었다. 나무와 바위에는 이끼들이 끼어 있어 이곳이 사람의 발길이 별로 닿지 않은 원시림 지대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더운 여름날 밤에 계곡물을 따라 걸으니 상쾌할 것 같지만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화려한 조명이 오히려 호젓한 산책을 망칠 수 있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게다가 형형색색의 조명과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고요한 숲속에 살고 있는 동식물들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어 개운하지 않았다.


 




풍경구 산책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는데 이도백하 중심가에는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고 건물 실내등이 꺼져 있어 적막하기만 했다. 이도백하는 백두산 천지에서 발원한 물줄기(白河) 두 개가 합류하는 곳으로 중국 송화강(松花江)의 원류를 이룬다. 이도백하진은 백두산 관광의 출발지이자 경유지로서 관광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관광객이 줄어들어 예전보다 활기를 잃어가는 듯했다.

[저작권자(c) 청원닷컴,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기사 제공자에게 드리는 광고공간]



0 Comments

청원닷컴은 트윗페이스북을 통한 해당 기사의 공유를 적극 권장합니다. 맘에 드시는 기사를 트윗, 혹은 페이스북 공유해 주시면 좋은 기사를 생산하는데 커다란 힘이 됩니다.

Category
+ 최근 한 달간 인기기사
등록된 글이 없습니다.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